한동안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있던 적이 있다. 회사 퇴근하고 하루에 한시간씩은 무조건 뛰었다. 처음에는 다리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며칠을 못 걸었던 적도 있지만, 어찌 저찌 계속 뛰다 보니 점차 시야에 많은 것들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점차 뛰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아서, 더 많은 시간을 달리기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전 회사를 퇴사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실제로도 회복이 필요하긴 했지만, 회복을 핑계로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엄청 열심히 살았지만, 7년차가 되어가는 지금 남은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왔던 일을 남들보다 우월하게 잘 하는지도 모르겠고. 돌이켜 볼 때 마다 실수 투성이었다는 점에서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더욱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를 조금씩 하다가도, 피드백이나 답변을 들을 수 없을 거 같으면 쉽게 내려놓거나 쉬곤 했다. 지난 몇개월을 그렇게, 바쁘지만 실속 없이 살아왔다.

나는 이게 넓게 보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고, 자꾸 스트레스를 받아서 넓게 보지 못한다는 관점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친구에게 잠깐 하소연을 했는데,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친구와의 대화

그래. 사람은 어짜피 근시안적이고, 멀리만 보고 있으면 내가 얻는게 아무것도 없다. 플레이어로 직접 뛰어야지 내가 실패하고 얻어가는 게 있다. 모든 성공에는 실패가 앞에 있고, 그걸 나는 이제 다양하게 겪어야만 한다.

일단 조깅부터 시작해야지.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는 거다.

2025. 06.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