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았었다. 원래 매년 거창한 계획을 세워두고 매번 실패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계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스트레스만 엄청 받았다. 이 일을 몇년 반복하고 나서 한 2년 전부터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다가오는 일을 잘 대응하자!” 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근데 이렇게 사니까 삶이 표류하는 느낌이 들더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길을 잃기 위해서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나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근데 길을 잃는 느낌이 싫다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버린 거다.

그래서 가장 큰 방향성을 잡기로 했다. 계획이 틀리면 뭐 어떠냐. 예측하는게 틀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나아가기 위해선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길을 잃는다는 느낌을, “문제를 해결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여 보기로 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느끼는가?

2024. 09.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