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많은 것을 바꿀 것이고, 그 날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 있는가? 있다면 언제인가?

나는 AI가 많은 것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은 Github Copliot이 출시된 21년 7월 처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은 GPT 3.5가 출시된 22년 11월이었다. 이후 연속적으로 나온 GPT-4, GPT-4o 그리고 o1-preview를 보면서 거의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속도는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지식노동자 입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과연 인간의 인지능력 중 어느 부분까지 GPT와의 협업을 통해 의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식을 어느 부분까지 이해해야 할까.

허나 지금은? 누구나 원하는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를 만날 수 있고, 그를 통해 누구든 원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까지는 몇초 정도의 노력이면 충분하다. 그렇기에 최근 십몇년간 사람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많이 변화해 왔다. 디지털 치매라고 불리는, 단기기억 수준의 감소를 생각해보자. 디지털 치매가 실제로 우리의 인지능력 감소의 결과인지 확인하는 검사에서는 “감소하지 않았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스마트폰 저장공간의 발전으로 굳이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지능력을 다른 곳에 할당한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러한 우리 뇌의 변화를 십분의 일도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배우거나, 요구하는 학습 방법은 수십년전과 그리 다를바가 없다. 10년 전에도 현실의 문제와 시험지 위의 문제간의 괴리가 심각한 것이 문제였는데, 그 간극이 해결되기는 커녕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좌) 예전 2호선 노선도

(우) 최신 2호선 노선도

좋은 비유가 될 것 같아서 두가지 사진을 가져온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2호선 노선을 그리고 있음에 주목하자. 왼쪽 이미지는 디테일하게 실제 역과 역 사이의 거리, 지하철 노선도의 실제 생김새를 고려해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의 2호선 노선도는 정확한 위치를 알기에는 부족하지만, 2호선이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뇌리에 남을 것이다.

과거에는 지식을 찾고 검증하기 위한 비용이 크고 우리 인지영역에서 검토되는 정보가 적었을 것이기에, 하나의 정보를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을 찾고 검증하는 비용은 적어졌고, 우리가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하는 정보는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어떠한 개념이 어떠한 형식이며, 어떻게 다른 정보들과 연결되는지” 정도만 구조화시켜두면 그 지식을 사용할 준비가 된 것이다.

다만 효능감의 함정을 주의하자. 위처럼 할 떄는 배우는 것이 속도가 빠르게 나기 떄문에, 실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배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남는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나에게 꼭 필요한 분야나, 해보고 싶던 분야 내에 풀고싶은 문제를 하나 정해두고 그 문제를 푸는 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겠다. 실제로 어떻게 계산하는지 일일히 외우기보다는 어떤 접근방식으로 문제를 푸는게 일반적인지, 그리고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등으로 배움의 패러다임을 바꿔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