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프로그래밍 언어(프로그래밍 언어 구현에 대해 다루는 과목)의 과제 결과가 나왔다. 예상보다 낮게. 예상보다 낮은 점수는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 피드백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다가 띡 과제 결과를 내놓는게 너무 열받았다. 피드백 기능 구현해놓고 쓰지도 않아놓고. 제대로 된 학습의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이 너무 올랐다.

그런데 열이 받은 나를 좀 돌이켜보니까, 내가 강력하게 밀어붙히거나 강한 동기를 받았던 것들. 나에게 좋은 기억을 안겨주었던 대부분의 일들의 동기는 바로 분노였다. “아,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라거나, “아니 이렇게 해야지 뭐하자는 거임?” 과 같은 생각들. 그 분노는 다른 이들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나에 대한 분노 역시 포함된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생각이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거나,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 같은 나를 바라볼 때 말이다.

그리고 근 몇년간 이러한 분노를 잘 느끼지 못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강력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동기를 느낀 게 거의 21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원인은 다양하겠지. 병특하면서 조금 숙이고 산다거나, 체력이 많이 모자라서 그런 외적 동기까지 표출되기 어렵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를 댔거나.

사실 이런 문제를 적당히 삼키고 넘어갈 수도 있고, 실제로 몇년간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내 삶이 충만해졌는가를 돌이켜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친구에게 말한 대로 그대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근데 그렇다고 개지랄 안하고 편하게 누워있는 것이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가? 일시적 만족감에 불과하다. 그런거 못 참고 넘어가는 병이겠거니 하고, 그런 삶인 것을 받아들여야 할 듯..

흥미로운 사실은, 어떤 하나에 분노가 생겼을 때, 그것과 관련없는 다른 일에도 집중이 잘 되고 에너지를 쏟아붇게 된다. 저거 보고 화가 잔뜩 났는데 결국 이 글도 쓰고 있고, 내가 원래 하려던 일에도 탄력을 받는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잘 센싱하고,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일지도.

P.S 다만 이렇게 되었을 때, 계속 문제를 풀고,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하는 과정에서 몇년간 풀지 못했던 문제인 “쏟아붓고 번아웃 겪기” 문제가 반복된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서 나의 모티베이션을 어떻게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2024. 1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