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4월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몇 주간의 고민들을 거쳐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한 확신에 휩싸여 있습니다. 현 시점, 2007년의 아이폰이 주었던 변화만큼 큰 파도의 목전에 서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번 파도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적절히 조합되어 크나큰 변화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현실에 있고, 어떠한 미래가 다가오게 될까요?

2007년 WWDC에서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게 관여되어 있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17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빅테크 기업이라고 묶어 불리우는 FAANG 모두 이런 스마트폰의 물결을 타고 지금의 큰 규모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변화를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6년 전인 2018년만 하더라도 부모님들은 스마트폰의 여러 서비스들에 익숙하지 않으셨습니다. 카카오톡은 어렵다고 거부하셨으며, 대부분의 정보를 방송이나 줄글 뉴스로부터 얻으셨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으시고, 자식의 안부를 카카오톡으로 물어보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 있다면 쉽게 다운받아 사용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변화는 어떤 결과를 낳고 있을까요? 정보의 정확성과 상관 없이 누구나 정보를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모두가 정보 과잉에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류가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인류가 총 만들어낸 데이터의 크기는 20 엑사바이트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요? 하루에 300 엑사바이트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지금껏 인류 5천년 역사보다 15배 많은 데이터가 하루에 쌓이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데이터가 쌓이기까지 채 2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발전은 무엇일까요? 저는 AI와 암호화폐 두가지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는 얼핏 보면 매우 다른 영역 같지만, 혁명과 혁신을 일으켰던 여러 기술들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결함으로써, 더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는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을 고용해서 적지 않은 돈을 줘야 했던 많은 양의 문서 요약도 GPT에게 맡기면 해결해 주고,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을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원하는 투자 전략을 이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두가지 기술은 공교롭게도 매우 비슷한 시기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도 GPT에 대해 알고 새로운 적용 방법들을 고민하는 사람이 생겼고, 전혀 받아들여 주지 않을것만 같았던 기존 금융 체계에서도 BTC ETF를 승인하는 일이 바로 올해 일어났습니다.

앞서 말했던 사람들 개개인의 변화와, 이러한 기술의 변화가 합쳐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무엇이 중요해지게 될까요? 제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수많은 데이터의 물살 속에서 허우적거릴수록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능력,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제일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문제를 알맞게 정의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해지겠죠. 점점 빨라지는 시장의 속도 속에서 효율적인 의사 결정 또한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될 것입니다. 반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사람들이 해왔던 여러 반복적인 지식 노동 작업들.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새로운 데이터와 기존 데이터의 연관성을 파악하거나 하는 모든 것들은 대체가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부분이 대체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우선 다양한 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되지 않을까?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의 인지적 부하를 줄이면서도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고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트래킹하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신경써야 하는 여러가지 행위들 (꾸준히 미용실을 간다던가, 병원 예약을 잡는다던가 하는)을 줄여보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들을 해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 나름대로 가설과 증명을 반복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작은 성공들이 모인다면, 조금 더 크고 중요한 일들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적용 가능한 범위들을 늘려 본다면, 제가 앞서 꿈꿨던 미래도 점차 가능해 질 것입니다.

다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무엇이 핵심인지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들이 주는 매력에 매몰되어 이 기능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들 또한 많이 봤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중요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능력을 잘 기르고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저는 그 능력이 바로 문제를 잘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새로운 기술들은 그를 보조하는 방향이 되어야겠죠.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여러 명제들이 부숴질 것입니다. 예를 들면, “큰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와 같은 명제 말이죠. 10년 후의 우리는 어쩌면 직원 수가 한명인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목격할 지도 모릅니다. 삼성전자와 동일한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회사가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외에도 어떤 명제가 부서질까요? 우리의 삶은 앞으로의 10년동안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요?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다가올 미래가 너무나 기대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또한 어떻게 미래가 변화해 나갈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만의 캔버스를 가득 채워보길 바랍니다. 저 또한 나름의 그림을 그려보고 자신만의 캔버스를 가득 채우기 위한 준비를 서서히 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 10년동안 우리의 삶을 바꿔낸 저 기술들 역시 한때는 빈 캔버스였고, 그 때부터 그림을 그려나갔던 사람들 대부분은 캔버스의 그림을 현실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10년을 채울 빈 캔버스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부디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2024. 04. 14

기대를 한가득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