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밤은 깊어가는 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21살 이후로,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자본주의적으로” 비생산적이었던 기간은 처음이다. 학교 다니면서 회사를 다니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알아봤다면 조금 연봉을 낮추더라도 선택지는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 생활이 조금 더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실 작년 중순쯤부터 해서 다닐 회사를 알아본 적 있다. 딱 한곳 지원해서 기술 면접까지 갔고, 학교 다니면서 회사생활 할 수 있겠냐는 말에 “40시간은 충분히 일할 수 있다” 라는 대답을 해야 했다. 실제로 내뱉긴 했지만, 그 짧은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면접을 끝낸 이후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 나는 이걸 정말로 하기 싫구나. 그래서 친구들에게 고민 상담을 하게 되었고, 미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미국에 다녀와서 겪었던 경험은 이미 몇번 ( 미국 회고, 25년 회고 ) 의 글을 통해 남겼으니 이것으로 갈음하겠다. 이것이 매우 나에게 강렬한 경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6년 1학기에는 어찌되었건 남아있는 관성을 그대로 답습하는, 계속 학교를 다닌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3월만 하더라도 절대 다시 휴학할 생각은 없었고, 되도록이면 졸업까지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스스로의 것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 방향은 어렴풋이 느꼈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그것으로 확정짓기까지가 어려웠던 거 같다. 앞으로 몇년간 내가 딥다이브 해서 그렇게 해야 할까 싶기도 하고, 졸업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내가 당장 휴학해서 창업한다 했을 때 뭘 해야 할까 싶고. 이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이 모든 고민들이 우선순위 없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한동한 머리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사라지지 않아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전에는 이런 고민들이 실제로 해결될 때까지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 선택들이 좋은 결과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서, 스스로가 바로 납득이 가능할 정도로 고민이 무르익을 때 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결과는? 최근 1년간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새벽이 밝아 오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가 하던 고민이 충분히 무르익자, 내 고민이 단순하게 “뭐 해먹고 살지”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올해 2월만 하더라도 농담 70%, 진심 30% 정도의 비율로 “어짜피 5년 뒤면 다 길거리에 나앉을 텐데 미리 좀 나앉지 뭐” 라는 농담을 하곤 했었다. 한 3개월 지난 지금은 진심 80% 농담 20% 정도로 바뀌었다. 연도도 2년 정도 당겨졌고. 모델 성능 안 올라와서 징징대던 게 몇 년 전 같은데 반년도 안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너무 충격적이다.

미래를 디테일하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에 대한 시야가 확고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평생동안 해 왔던 작업과, 내가 있던 시장의 근간이 모두 뒤집혔다. 이렇게 계속 발전한다면, 아마 자본의 영향을 받는 모든 행위들이 재정의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이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동이 트는 것처럼.

내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칠 것만 같아요

Fear Of Missing Out.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나만 하고 있지 않을 때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의미하는 말이다. 투자를 하면서 많이 느꼈던 감정이고, 판단을 흐리는 가장 흔한 요소이기에 비슷한 감정이 느껴질 때 마다 현실을 곱씹으면서 그런 두려움을 없애는 편이었다. 몇년간 이런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기에, FOMO에는 꽤나 잘 대처한다고 자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개월간은 이러한 자신감이 무색하게 불안함에 떨었다. 곱씹을수록 올라오는 불안감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런 불안감이 오래 지속되자, 이건 실체가 있는 불안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 당장 대처한다 한들 별 달라지는 게 없고 더 잃기만 하는 FOMO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는 변화를 두고 FOMO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걸 받아들이고 나서, 이대로 꾸준히 학교 다녀서 1년 반을 쓰고 나면 내가 얻는게 무엇이고, 잃는게 무엇일지 고민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쓰고 있던 시간 대부분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그렇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히려 도태되면 도태되겠지.

조급한 마음에 심장은 두근거린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확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런 조급함을 느끼는 것은, 아직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2년 전에 예측했음에도 온전히 다가올 미래에 집중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다고 생각한다.


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적어도 7시 반이 됐을 때에는 내일을 향한 준비가 되어있기를 바란다.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청년실업

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칠 것만 같아요조급한 마음에 심장은 두근거리네

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일로 가는 마지막(아무리 슬퍼도)기차를(아무리 아파도) 놓칠 것만 같아요조급한 마음에(일곱 시가 되면 난 일어나야 돼)심장은(늦어도 일곱 시 반까진) 두근거리네

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잠은 오질 않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밤은 깊어 가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