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회고

4월이 끝났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긴 한데, 예전에 느꼈던 얼빠진 채로 사는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매일 매일이 성공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다양한 시도들과 개선을 해 나가고 있다.


시작: 4월의 목표 돌아보기

  1. 🟡 4월 회고에는 아래와 같은 수치적 기록을 남겨보기 ⇒ 반쯤 성공 운동 기록이나, 수면 기록들은 어느정도 남겨졌는데, 점차 수면 기록이 늦어진게 문제.
  2. 🟢 주 5회 운동하기 & 운동 새벽으로 옮기기 ⇒ 새벽 운동은 실패, 주 5회 운동은 전체의 87% 수행.
  3. 🟢 주에 한권 책 읽기 ⇒ 두권 정도 읽음. 시험기간 고려하면 그래도 어느정도 달성. 이번달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생겨서 마저 읽을 생각
  4. 🟡 스프린트 주간마다 유의미한(수치화 할 수 있는) 산출물 내기 ⇒ 아니긴 한데, 너무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음. 아직 탐색의 단계임을 이해하고, 수치화할 수 없더라도 꾸준히 인사이트를 쌓아가기로 함.
  5. 🔴 오후 7시 이후 금식 지키기 ⇒ 잘 안됨.
  6. 🔴 다이어리에 한줄 일기 작성하기 ⇒ 잘 안됨

저점을 방어하기

사실 이번달은 그렇게 작업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 달에 계획했던 KPI로는 한창 모자른 결과였다. 실제로 조금 쳐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원인을 생각해 보자면 피로 관리 실패, 그리고 최소한이라도 졸업을 위해 필요한 시험 공부 준비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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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할 점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번달 어느 순간부터는 “고점을 찾자!” 보다는 “저점을 방어하자!”는 생각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조금 쳐진 순간들도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여서 긍정적인 것 같다”는 피드백.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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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족스러운 지금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를 붙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당 아젠다에 대해 생각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작업을 수행했다는게 중요하다. 삶에서 바쁨에 압도당하는 듯한 순간들이 몇번 있긴 했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처럼 다가오는 일들에 (아직은) 압도당하지 않는다. 나중에야 그런 일들이 생기겠지만.

관성의 공포: 안락사

사실 제일 무서운건 충전기를 두고온 거다
사실 제일 무서운건 충전기를 두고온 거다

집 관련된 게 꼬여서 본가에 들어가 있는지 벌써 4개월째이다. 스물한살 집 나오고 나서 이렇게 오래 있던 건 처음이다. 오래 나가 살았지만 확실히 본가는 본가인지, 집에 있으면 혼자 살 때보다 편하다. 원래 내 장비가 다 자취방에 있을 때에는 좀 불편했는데, 장비가 다 집에 있으니 이렇게 편한 공간인가 싶을 정도로 편하다.

2월 이후로는 집에 있으면서도 열심히 여러 일들을 했지만, 그래도 집에 계속 있으니까 풀어지게 된다. 심리적인 영향인가 싶었지만 이번 달에 좀 집중적으로 살펴보니, 밖에 나가는 날보다 나가지 않는 날 평균 2시간 정도 일을 덜 했다.

일만 조금 더 한다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소한 것부터 “조금 덜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적어뒀던 기록들로 미루어 보건대 다양한 핑계를 들어 일들을 미루거나 회피하려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방안의 초크보드에 몇줄 더 적었다.
방안의 초크보드에 몇줄 더 적었다.

나는 “도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정확히는 “끓는 물의 개구리”가 되는 것이 두렵다. 다른 사고가 나면 모를까, 끓는 물의 개구리가 되는 것은 내가 한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상황이 나빠지는 게 너무 무섭다. 예전에는 이런 사소한 합리화는 스스로의 힘만으로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주변 환경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스스로의 다짐을 넘어서, 내 주변 환경을 좀 정리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을 5월의 목표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얼차린 삶의 즐거움

어느순간 얼빠진 상태로 모든 일들을 휘뚜루 마뚜루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뒤부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러닝을 할 때에는 다리와 발에 어떤 감각이 느껴지고,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에는, 내가 하려는 운동이 어디에 자극을 주기 위한 운동인지 계속 감각을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련해서 친구와 내가 나눈 대화. 지금 지지부진해도 어느순간 지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관련해서 친구와 내가 나눈 대화. 지금 지지부진해도 어느순간 지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감각에 집중하면 좋은 점은, 기본적으로 input의 양이 늘어난다는 거다. 나의 성장방정식은 간단히 정의했을 때 Input×OutputInput \times Output 의 형태를 띄는데, Input의 양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은 내가 이전에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디테일한 내용은 과거 글을 레퍼런스 걸어두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계속해서 조금씩 더 나아질 부분이 보이기 때문에, 성장에 쓰는 시간이 조금 고통스러울지언정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웠다. 4월 내내 “어떻게 하면 정강이가 아프지 않게 러닝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등과 가슴 근육에 자극이 잘 가게 할까?”까지. 이런 개선점을 찾아서 조금씩 나아가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이런 감각을 이제, 평소 하던 일들에도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잘 ai 에이전트를 쓰는 사람과 협업할 수 있을까?”, “지지부진한 피드백 사이클을 어떻게 개선하는 게 좋을까? 왜 이 개선방법이 합리적일까?” 와 같이 질문들만 떠오른 상태이고, 구체적인 전략들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걸 해결하는 것이 5월의 주요 목표가 될 것 같다.

모르겠다면 일단은 붙들기

저번달부터 claude 대신 codex로 갈아탔고(claude는 모델 토큰 사용량이 너무 과하게 든다), 저번달과 비교해서 약 8배 더 많은 토큰을 사용했다. 12월 1월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토큰을 사용할 수 있지?” 고민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한참 옛날인 것 같다. 해봤자 3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월별 Codex 토큰 사용량

내가 갖고 있던 대부분의 “꼭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이런 식으로 적절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 식으로 몇달간의 시간을 들여서 점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 보다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언제나 더 의미있고 중요했었다.

친구가 서울 온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강남에 모여서 각코를 했다.
친구가 서울 온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강남에 모여서 각코를 했다.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하나 있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서울에 올라와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다. 저녁약속이지만 앞에 일정이 있어서 오전부터 강남에 있었는데, 그 근처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결국 약속시간 2시간 전에 대부분 모여 작업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도착했는데, 오자마자 우리를 보고 처음 한 말이 “너네는 10년 전이랑 지금이랑 똑같이 이러고 있네” 였다.

그래, 돌아봤을 때 되게 금방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몇년간 느꼈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허무함은 오히려 이렇게 꾸준히 어떤 문제를 시간을 들여서 점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스스로의 심적 여유가 없었던 게 원인이 아닐까.

매일 어딘가에 두고 보듯, 머리 어딘가에 걸어두면 된다.
매일 어딘가에 두고 보듯, 머리 어딘가에 걸어두면 된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일단 그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24시간 365일을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필요는 없고, 문 앞의 우산걸이마냥 걸어두고 계속 상기하고 있으면 된다. 그 문제를 꾸준히 보다 보면, 삶의 다른 영역에서 그 문제를 풀 수 있을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토큰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목표던 시점에는, 다른 사람의 token 사용 방식과 도구도 더 많이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토큰 사용과 관련 없는 다른 경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던 경험,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었던 경험)을 모두 끌어와서 새로운 멘탈 모델의 실마리로 삼게 되는 경험을 했다.

모든 것은 문제다

매달 진행하는 회고. 이번달도 진행했다.
매달 진행하는 회고. 이번달도 진행했다.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은 문제이다. 문제라고 하니 풀어야 할 것만 같지만, 우리가 매일 풀어내는 문제의 수를 생각해보면 꼭 다 풀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는 온전히 “얼마나 급한가”, 그리고 “내가 그걸 진짜 풀고 싶은가?” 에 달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개인의 목표로 삼은 것도, 관점을 바꾸어보면 모두 문제이다.

문제의 특성 중 하나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멀고 어려워 보이는 일도 꾸준히 붙잡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어느 순간 풀려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시험문제처럼 바로 정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시간을 들여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꾸준하게 집중하되, 다양한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꾸준히 방향을 조정하며 앞으로 나가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은 언젠간 풀린다. 이번 4월은 그 점을 다시 되새기는 한 달이었고, 덕분에 지난 1분기에 나를 괴롭히던 FOMO가 많이 줄어들었다.

5월: How to sol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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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문제라면 꾸준하게 풀면 된다. 다만 지금까지는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기존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한발짝 더 나아가는 문제들에 가까웠다면,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문제들은 어떤 걸 풀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문제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어 보려고 한다. 4월의 경험을 통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여러 마음가짐과 준비에 대해서 깨달았으니, 5월에는 집중해서 문제를 푸는 하루하루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2분기 목표 중간점검

  1. 몸무게 5kg 이상 감량 / 새벽 운동으로 루틴 재조정 ⇒ 새벽 운동으로 루틴 재조정을 하려면 10시에 자야 하는데, 이때 안 자고 일하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애를 먹고 있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기상시간을 앞으로 당기고, 한번뿐이지만 새벽 러닝도 성공했다. 내려놓지 않고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되겠다.
  2. 장기 여행을 위한 비용 마련 및 준비 ⇒ 노력중이다 😅
  3. 최소한 1번 이상의 프로덕트 실패 (실행을 해보자는 의미이다) ⇒ 계속 작업중이고, 일단은 도그푸딩을 하면서 개선점을 계속 찾아가고 있으므로 반쯤 성공 같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도 써보게 할 생각이다.
  4. 주에 최소 1번 영어회화 할 기회 만들기 ⇒ 아예 놓고 있었다.
  5. x 등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서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 ⇒ 아예 놓고 있었다.
  6. 3월 시점에 하고 있던 작업들의 50%는 외부 시스템에 위임하기 ⇒ AI를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고 있다. 다만 결과물을 확실히 정해 놓아야 실행 사이클이 빨라질 것 같다.

5월의 목표

  1. 수치 기록 횟수 자체를 높여서, 의미있는 통계를 회고에 담을 수 있도록 하기
  2. 구체적인 touch 회수를 늘리기 ⇒ 내가 만든 프로덕트 / 캐시카우 모두
  3. 내가 하고 있는 작업 하나를 외부 시스템에 위임해보기
  4. 새벽 루틴으로 재조정
  5. 8시간 식사 / 16시간 금식 루틴 지키기
  6. 하나의 풀 문제를 정하고, 풀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되도록 자세히 남겨보기

마치며: 회고 자체의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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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가 조금 늦어졌던 것은, 생각하기에 회고의 퀄리티가 3월에 비해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곰곰히 되짚어봤는데, 조금 얼빠진 상태로 보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5월의 회고를 작성하려 했을 때에는 4월과는 다르게 깊고 디테일한 회고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